● ‘전력 소모를 잡아라.’ 속도와 용량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반도체 전쟁이 ‘전력’으로 옮겨가고 있다.
- 인공지능(AI) 학습과 훈련이 고도화되면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전력 소모가 급증하자, 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하기
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.
▷ AI 반도체는 많은 전력을 소모해 ‘전기 먹는 하마’로 불린다.
→ 엔비디아가 이달 중 출하 예정인 고성능 AI 반도체 B100을 돌리기 위해선 1000W의 출력이 필요하다.
이전 버전인 A100이 400W, H100이 700W인 것을 비교하면, 성능이 향상될수록 전력 소모도 많다.
▷ AI 반도체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적으로 저전력 반도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.
→ 반도체 소재 기업들도 유리 등을 이용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.
- 저전력 반도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고도 스마트폰, 태블릿PC, 노트북 자체적으로 AI 연산을
수행할 때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.
▷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“저전력 반도체를 쓸 경우 모바일 기기에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고, 서버에서는 데이터 처리에
소요되는 에너지를 감소시킬 수 있다”며 “앞으로 전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, 저전력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
것”이라고 말했다.
● 저전력 반도체의 시간이 온다
- 저전력 반도체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바로 LPDDR(Low Power Double Data Rate) 제품이다.
▷ DDR은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가 1개인 일반 D램과 달리 통로가 2개라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.
→ LPDDR은 여기에 더해 전력 소모까지 줄인 것으로 현재 7세대(5X)까지 개발됐다.
보통 고성능 스마트폰·노트북 등에 탑재된다.
-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LPDDR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.
▷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업계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른 LPDDR5X(7세대) D램 개발에 성공했다. 최근 속도 검증까지 마치고 양산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.
→ 신제품은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용량은 30% 이상 커진 반면 소비전력은 25% 개선했다. 삼성전자는 성능과 속도에 따라 전력을 조절하는 신기술을 적용했다.
▷ SK하이닉스는 5X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LPDDR5T D램을 지난해 말 처음으로 상용화했다. 이 제품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됐다.
→ 데이터 처리 속도는 풀 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하는 수준인데 전력은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.
▷ 최근엔 LPDDR을 쌓는 기술 개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.
→ D램을 쌓아 올린 HBM(고대역폭 메모리)처럼 LPDDR도 층층이 쌓아 용량과 속도를 높이면서도 전력 소모는 줄이는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다.
● 유리 기판 등 소재 개발도 치열
- 반도체의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차세대 소재 개발도 한창이다. AI 시대 ‘꿈의 기판’으로 불리는 유리 기판이 대표적이다.
▷ 현재 여러 개의 반도체를 연결하기 위한 구멍을 뚫을 때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등의 소재가 사용된다.
→ 매끄러운 유리를 사용하면 같은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.
아직까지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.
● 유리 기판 등 소재 개발도 치열
-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 기판 스마트 팩토리를 완공했다.
▷ 삼성전기는 연내에 시제품 생산 라인을 세종 사업장에 구축하고, 2026년 이후 양산한다는 목표다.
▷ LG이노텍은 문혁수 대표가 지난 3월 유리 기판 사업 착수를 공식화하며 CTO(최고기술책임자) 직속으로 관련 인력을
충원했다.
- 기존 실리콘을 대체할 저전력 고성능의 질화갈륨(GaN), 탄화규소(SiC) 기반 반도체도 개발되고 있다.
▷ 삼성전자는 GaN 기반 반도체를 위한 별도의 사업팀을 꾸려 오는 2025년부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.
→ 업계 관계자는 “지금까지 AI 반도체에선 HBM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했지만, 온디바이스 AI 시대에는
LPDDR이 핵심 제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”라며 “엔비디아도 자체 개발한 CPU(중앙 처리 장치)를
보조하는 D램으로 HBM이 아닌 LPDDR D램을 탑재할 정도”라고 했다.
☞LPDDR(Low Power Double Data Rate)
저전력을 목표로 만든 모바일용 D램 반도체의 일종.
온디바이스(내장형) 인공지능(AI) 시대가 열리면서 스마트폰, 태블릿PC,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할
데이터가 늘고, 이에 따라 저전력 D램인 LPDDR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.
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B200에는 HBM(고대역폭 메모리)뿐 아니라 LPDDR이 16개 탑재된다.